지역통합돌봄 실행을 준비하며 새롭게 확장된 민간의 연대를 만들어 내자.

사무국
발행일 2024-08-14 조회수 169
논평, 칼럼

 한 때 한국 사회의 청년과 소년소녀들을 열광하게 했던 열혈소년만화의 공식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에게 어느날 악당이 나타나 괴롭힌다. 주인공은 이대로 악당의 부하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만의 힘을 찾아내려 노력한다. 그리고 자신의 장점을 깨우치며 악당을 이긴다. 그런데 다시 더 센 악당이 나타난다... 슬램덩크, 드래곤볼, 마법소녀 등의 스토리 구조가 다 그렇다.

 악당이 나타나 주인공을 고난에 빠뜨리고, 주인공이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고 해서 악당이 나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문제는 고난에 처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움켜쥐려고 노력하는 자는 주인공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악당의 부하로 남게 되는 극단적 상황을 강요하는 작가와 그런 작품에 감정이입을 하는 독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극단적 전개를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그런 작품을 안 보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더 문제는 원하지 않았지만, 그런 구도와 상황에 내가 들어와 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해 버릴 때 생긴다. 현 정부의 사회적경제 정책과 관련된 이야기다. 기존의 구도는 강제적으로 낡아 버렸다. 그렇다면 새롭게 성장하는 계기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그동안 혁신은 주체의 자발적 노력의 결과였지만, 이제는 외부의 강제에 대응하는 더 절실한 과제가 되어 버렸다.

 그런 새로운 계기 중의 하나로 필자는 “지역사회통합돌봄(이하 통합돌봄)”을 제안한다. 올해 2월 많은 노력 끝에 제정된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통합돌봄법)”은 사회적경제가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삼기에 충분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시군구, 특히 읍면동의 작은 지역사회가 활성화되어야만 통합돌봄이 지역주민에게 크게 도움이 된다. 둘째, 어소시에이션과 사업이 적정하게 결합해야 지역사회에서 통합돌봄이 활성화될 수 있다. 사회연대경제는 이런 폭넓은 사회의 재조직화의 플랫폼 기능을 하는데 가장 적합하다. 셋째, 사회적경제에서 사회연대경제로 확장하려는 관점에서 볼 때 통합돌봄은 가장 실행가능성이 높은 업종이며 사회적 미션이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두 필요하며, 마을공동체, 주민자치, 지역 내 종교인, 자원봉사 등을 결합하는 일은 연대의 범위를 더 넓게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미 연대회의는 통합돌봄TF를 운영하면서 법에 대한 이해, 사회연대경제의 역할과 과제 등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고, 서울시협동조합협의회, 한국돌봄사회적협동조합 등 사회연대경제의 리더들에게 그동안 정리된 내용을 설명하고 전파하고 있다. 기존 사회연대경제 현장의 노력과 성과들이 이런 내용 정리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광주 광산구, 대전의 민들레의료사협, 마포 울림두레 등의 선도적인 노력이 이제는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모두 더 발전하는 밑거름이 되도록 해야 하겠다.

 전국과 광역단위는 사회연대경제와 함께 시민단체, 전국단위 종교모임, 의료사협과 돌봄사협 등 관련 업종의 전국연대조직, 마을공동체, 주민자치 전국조직 등과 협의하여 현재의 미흡한 통합돌봄법과 관련 계획, 예산이 실제 현장에서 실행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정비를 해 나가야 한다. 시군구와 읍면동에 필요한 내용과 모범조례안, 교안, 설명자료 등도 현장의 모범사례를 발굴하고, 연계하면서 정리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광역과 시군구의 통합돌봄 실행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시군구의 사회연대경제협의체는 그 지역에서 통합돌봄이 제대로 실행되느냐 아니냐에 중요한 주체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돌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현장에서 가능한 공동활동을 고민해 나가야 한다. 기초지자체의 조례와 시행지침이 제대로 제정되고 운영될 수 있도록 주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다양한 지역사회의 주체들과 사업체계는 물론 주민들의 새로운 연대와 협력의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읍면동은 실제 통합돌봄이 작동되는 최전선이다. 시군구와 협력하여 돌봄통합센터가 설립되고 제대로 움직이도록 주민의 실제적인 연대를 만들어 내야 한다.

 사회연대경제는 사회연대경제기업 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체, 사업형 재단 등을 모두 포괄한다. 통합돌봄은 이런 확장된 민간의 연대를 필수적 과제로 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작동되던 사회연대경제의 여건을 허물어버린 새로운 악당이 나타나 버렸다. 그리고 새로운 성장과 발전의 기회도 명확하지는 않지만 새로 제시되었다. 주저 앉아 악당의 부하가 될 것인가? 아니면 노력하여 새로운 힘을 키워 주인공이 될 것인가? 통합돌봄이 새로운 화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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