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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의 탄생과 공동체적 공공성의 확대 가능성
작성일 2019-04-0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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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의 탄생과 공동체적 공공성의 확대 가능성

 

 

이경란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사무총장

 

2019318국내 1호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유치원인 꿈동산유치원이 문을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꿈동산유치원이 보여줄 모습과 이후 진행될 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의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손뼉을 치며 환호하는 이들도 있고, 그것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지 우려하면서도 기대하는 눈빛도 있다. 다른 한편에는 유아교육을 망가뜨리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어떤 평가든, 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의 탄생은 하나의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유아교육기관이 생겼다는 의미를 넘는 역사성을 지닌다. 나는 한국의 학교시스템과 유아교육 영역 속에서 당사자 주체가 만든 협동조합이 공동체적인 공공성을 실현해 볼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접근 불가능해보였던 새 영역이 열렸다.


유치원은 학교법의 영역이고, 일정규모 이상의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지 못하면 설립할 엄두도 못내는 먼 곳에 있었다. 그 접근 불가능의 영역이 관련 분야들의 협업 덕에 열렸다. 협동조합의 조합원들만이 아니라, 지자체와 교육청, 교육부와 국회, 그리고 그동안 한국의 영유아 교육과 보육을 정상화시키고 대안을 모색했던 보육운동과 협동조합운동이 음양으로 합작한 결과물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을 창립할 수 있도록, 또 다른 불가능의 영역을 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을 위해 이 합작의 맥락을 살펴보고 싶다


2017년 여름 서울 노원구 상계동 꿈동산유치원의 학부모들이 서울북부교육지원청을 찾았다. 이들은 설립자가 사망하면서 폐원위기에 몰린 유치원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했다. 담당 공무원은 폐원 밖에는 답이 없고 해법은 분산 수용이나 공립 전환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꿈동산 유치원이 좋은 이유 262가지라는 문건을 들고 지역의 정치인들을 찾아가 탄원하고 청와대 앞에서 시위까지 벌였다. 이들의 애타는 노력에 호응하는 이가 있었다. 노원구청장이 협동조합형 유치원을 제안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실마리가 잡혔다.


협동조합형 유치원이란 방향이 나왔지만 걸림돌은 너무나 많았다. 그러던 중 사립유치원 비리문제가 불거졌다.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확보라는 과제가 사회적인 핫이슈로 떠오르고, 교육부가 공공성 모델의 하나로서 협동조합유치원을 지지하면서 법제도 개선에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극적인 전환을 이루어 2018 3,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첫 번째 유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역시 당사자들이었다. 부모들과 원장들이 문제해결의 뜻을 모으고 큰 의지를 내어 여기까지 끌고 왔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공공적이고 아동인권을 실현하는 교육을 하는 유치원을 만들고자 부모와 원장과 교사들이 여기저기에서 뭉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의 학부모들이 사회적협동조합을 창립했고, 비리를 권리라 주장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운영방향에 반대하는 유치원 원장들과 교사들도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있다.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그리고 이런 당사자들의 움직임과 호소를 받아들인 정치권이 있었다. 노원구청장은 협동조합형 유치원을 제안했고, 지역 구의원은 나서서 법과 제도 개편을 추진했고, 교육부와 지방교육청이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2018 11월 협동조합형 유치원에게 공공기관의 유휴공간을 임대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설립ㆍ운영규정이 개정되었다. 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 설치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공간문제가 해결되었다.


협동조합 유치원 탄생을 가속화시킨 것은 사립유치원 비리문제였다. 2018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회계부정과 운영실태가 공개되었다. 그때부터의 진행상황은 드라마틱하다. 처음 국민들은 비리유치원의 실태에 놀라긴 했지만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육운동연대조직인 보육더하기인권함께하기는 유치원 부정비리를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나섰다. 곪을 대로 곪은 사유화된 사립유치원의 운영행태를 그냥 두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점차 형성되어갔다. 화룡점정으로 박용진의원이 회계부정을 막을 수 있는 1차 방벽인 회계시스템 도입 등을 담은 유치원 3을 발의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는 비리유치원을 옹호하는 논리로 이에 대응했다. 이들은 유치원3법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공산주의적 조치라고 주장하며 유치원 폐업을 들고 나왔다. 아이들을 볼모로 하고 부모들을 위협해서 이권을 지키려는 그들의 논리가 부모들과 정치권에 먹히는 분위기로 흘렀다. 20193월 한유총은 유치원 개학연기투쟁으로 나섰다. 이미 한유총은 1995년에 창립한 이래로 공립 단설유치원 설립 반대, 2012년 유치원 회계감사를 학교법인 수준으로 강화하려는 재무회계규칙개정안에 대한 반대 등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도를 매번 막아온 이력이 있었다. 전체 유치원의 80% 이상이 사립유치원인 현실에서 이들은 강력했었다.


그러나 2019년에는 교육부의 단호한 조치에 막히고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는 여론에 밀려 한유총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한유총은 개학연기투쟁을 철회했고,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이 전 유치원에 도입되었다. 동시에 문재인정부의 국공립유치원의 확충도 힘을 얻었다. 유아교육계의 구조자체를 개편한다는 방향이다. 물론 아직 유치원3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과제는 남아있다.


유치원3법은 회계와 운영을 국가관리시스템을 통해서 관리하여 투명성을 확보하게 하는 법이다. 이미 유치원이 아닌 어린이집에서는 십여년에 걸쳐 민간어린이집들을 포괄하는 평가와 회계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을 거쳤다. 동시에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정책을 적극 추진하여 민간어린이집 중심구조를 국공립어린이집 중심구조로 바꾸고 있는 중이다. 어린이집에 시작한 공공성 논의와 성과가 곧바로 유치원 영역에 도입된 것이다.


여기서 사회적경제 진영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는데, 유치원3법으로 관철하려는 공공성은 해당 기관의 민주적 운영이나 공동체적인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까지는 제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육과 교육 부문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그동안의 실천에 기초해서 더 나가는 제안을 하고자 했고, 실제로 그것을 이뤄낼 수 있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의 탄생’, 이것은 국가적 공공성에서 공동체적 공공성으로 확장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이미 사람들은 협동조합으로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1994년부터 시작해서 거의 25년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정부와 지자체, 국회 등의 정치권과 연구자들, 사회적경제영역, 마을공동체영역, 사회운동영역 곳곳에서 그 의미와 가치와 실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 노하우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회적협동조합 꿈동산어린이집에 녹아있다.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은 국가도 시장도 관심을 두지 않았을 때 당사자인 부모들이 공동육아를 제안하는 보육운동가들과 힘을 모아 시작했던 운동이었다. 당사자운동이 모델을 만들고 내용을 채우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운영과 확산의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제도화는 큰 힘이 되었다. 2004년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의 성과를 인정받아 [영유아보육법] 안에 보육의 한 유형으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2014[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첫 번째 사회적협동조합 어린이집이 인가를 받았다. 비교적 오랫동안 쌓여온 성과가 빠르게 시너지효과를 내어 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이란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실천하는 합작이 새로운 영역의 당사자주체들과 만날 때 어떻게 새로운 폭발력을 내는지 잘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큰 주제가 부각되었다. 사립유치원 비리문제는 유치원 부지와 건물의 소유를 교육과 아이들에 대한 소유로 이해하는 사유권 또는 재산권 중심주의와 연관되어 있다. 우리가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은 법적 제도적 투명성은 물론,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민주적인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경제질서까지 만들어가는 것이다. 공간과 자산을 공유하면서 더 많은 이들이 나눌 수 있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서 운영 투명성은 당연하게 확보되고, 그 안에서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지며 서로의 인권을 함께 보호하며, 아이는 아이답게, 교사는 교사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미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을 통해서 그것이 가능함은 증명했다. 이미 꿈동산유치원 사람들 속에서도 그러한 희망의 언어가 드러난다. 사적 소유 질서에서 민주적 공동체와 공유의 질서로 이행할 때이다.


앞으로 우리앞에 꽃길만 놓여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리 걱정되지 않는다. 협동조합 어린이집 25년의 경험을 통해 예견되는 걸림돌에 조언해 줄 준비는 상당히 되어 있다. 먼저 당사자 주체의 민주적 조직운영은 계속된 교육과 자신을 일깨우는 과정을 전제로 한다. 쉽지 않다. 다른 이의 생각이 나와 같으리라는 기대는 구체적인 현실에서 차이를 발견할 때 좌절할 수도 있다. 그때 사람 속에서 희망을 찾고 갈등을 뛰어넘을 더 큰 희망을 발견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기 바란다. 또 부모들은 협동조합을 운영하며 좋은 경험을 한다. 하지만 영유아기는 짧기 때문에 곧 그 조직을 떠난다. 운영경험이 축적될 시간이 짧다는 단점을 계속 남아있을 교사와 후원자가 보완할 수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이 갖고 있는 다중이해관계의 힘이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걸림돌들은 이 두 가지를 잘 운용하면 언제든지 창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바로 민주적 공동체적 공공성이 잘 실현되는가의 여부에 달렸다. 거기에 앞으로 만들어갈 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들이 서로 지원하고, 운영을 안내하고, 교사교육을 지원하는 관계망을 만들어간다면 지속가능한 운영구조를 만들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의 빠른 탄생과정을 보면서 모든 아이들을 위한 협동조합 영유아교육기관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하게 된다. 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은 그동안 사회적협동조합 어린이집이 봉착해 있던 어려움을 제거하면서 출범했다. 공간마련을 위한 높은 출자금과 낮은 교사 대 아동비율 덕분에 발생하는 조합비의 장벽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열렸다. 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은 공공기관의 임대가 가능하고, 공영형 유치원으로 지정받을 수 있게 한다고 한다. 아이를 키운다는 같은 목적을 가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동일한 지원체계 마련은 모든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이 정부의 목적에 부합할 것이다.


하나의 조직이 탄생하는 과정을 돌아보면서 그 속에 그동안의 모든 노력과 즐거움이 농축되어 있음을 새삼 발견한다. 사회적경제 영역은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실패하고 새로 고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기에 이르렀다. 스스로 만들어 온 과정에 자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성찰하고 연대하면서 또 다른 주체들이 성장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이어진다. 앞으로도 이런 발견의 즐거움,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의 기쁨이 이어지리라는 설렘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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